[삶의 향기] 불교는 종교일까, 철학일까
불교에 관심 있는 이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교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인공지능에게 ‘불교와 관련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언제나 상위에 오르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세 단어, 즉 ‘불교’, ‘종교’, ‘철학’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불교의 핵심은 공(空)일까. 업과 인과의 법칙일까, 윤회일까. 윤회를 불교의 진리로 보는 이도 있지만, 불교와는 관계없는 고대 인도 종교의 가르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불교는 수행 중심의 종교라고 하지만, 정토종처럼 철저히 신앙 중심의 불교도 있다. “불교에도 신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이르면 어지간한 불교 학자들도 불교를 정의하려는 시도에 진이 빠질지도 모른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서구에서 말하는 ‘religion’은 대개 인격적인 신과의 관계, 계시, 구원, 의례 등을 중심으로 한다. 하지만 동양의 ‘종교’는 ‘근본을 가리키는 가르침’을 뜻하며, 반드시 신과의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 존재와 세계의 근본을 통찰하고자 하는 수행이나 철학적 가르침도 동양에서는 종교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철학은 더 복잡하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철학의 한 주제이기도 하다. 철학은 배경과 전통이 매우 다양하며, 존재, 인식, 가치, 마음, 언어, 논리 등 그 범위 또한 광범위하다. 종교나 과학에 대한 철학의 관점도 학자마다, 전통마다 천차만별이다. 이 질문을 단순화하면 이 정도로 정리해 볼 수는 있겠다. 종교를 서구적 개념인 ‘religion’으로 본다면 불교는 종교가 아닐 수도 있다. 반대로, 동양의 ‘宗敎(종교)’ 개념을 적용하면 불교는 철학이라기보다 오히려 종교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논란은 남는다. 불교의 신앙 대상인 법신불을 우주의 진리이자 깨달음 그 자체로 여기지만, 기독교에서 말하는 인격적인 하나님과는 성격이 다르다. 법신불을 ‘God’에 해당한다고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20년 넘게 나름 불교를 수행해 온 입장에서 말하자면, 첫째,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내리는 것이 현재 인류의 지식수준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둘째, 실제로 성자의 가르침을 수행하고 삶에 적용하는 데 있어 그리 의미 있는 질문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필자는 종교를 동양적 개념, 즉 인류에게 근본이 되는 가르침(宗敎)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근본을 다루다보니,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 보이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 영성과 같은 주제들이 뒤따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믿음의 비중이 커지고, 신에 대한 개념도 함께 자리 잡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출발점이 아니라, 깊은 사유와 실천에서 생겨나는 부수적 결과에 가깝다. 학자라면 이러한 개념을 좀 더 분석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수행자의 입장에서는, 성자의 가르침의 본의를 이해하고 그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이 보다 본질적이며 긴요하다고 믿는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불교 종교 철학적 가르침도 불교 학자들 불교 관련